사람마다 스토리가 없어서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다
한글을 다룰 줄 알아야 '나의 글을 쓸 수 있다.
글, 맛나게 쓸 수 있는 글쓰기 비법 강의
글쓰기의 인프라(기반시설)는 바로 한글과 나를 아는 일이다.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나만의 개성과 향기를 지닌 ‘나의 글쓰기’에 도달하기 어렵다. 시중의 글쓰기 책들은 대략 ‘인프라’는 생략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프라가 부족한 사람은 글쓰기 책을 아무리 읽어도 늘지 않는다.
이 책은 ‘한글로 글쓰기의 인프라편’이다.
인프라 구축 기술은 ‘글쓰기의 지피지기’에서 시작된다.
지피의 대상은 한글이며, 지기란 자신의 독서와 지적 능력의 정도를 아는 것이다.
글쓰기 인프라로서 글맛을 살리는 리듬과 호흡, 글의 품위를 좌우하는 문법의 활용…
생각과 공감능력, 상상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자신만의 독서법과 글쓰기 훈련법…
본격적인 글쓰기에 앞서 다져놓아야 할 기본 인프라 구축 기법을 총정리했다.
<이 책 사용법>
공부는 얇은 책으로 하는 게 좋다. 일단 책을 떼는 경험이 공부를 진전시키기 때문이다. 먼저 사용법을 읽고 공부를 시작하자.
1. 한 곳에 머물지 말고, 쭉 앞으로 갈 것.
공부를 해도 늘지 않는 이유는 한 곳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서다. 수학정석에선 ‘집합’에 머물고, 중국어를 공부할 땐 ‘사성’에서 머뭇거리다 지친다. 이 책은 중간에 숙제거리가 많다보니 머물고 싶은 곳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엔 숙제보다 완독하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한다. 책은 한 번 봐서 모르겠으면, 두 번 세 번 보면 된다.
2. 분석하지 말고 감각으로 느낄 것
각자의 글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글쓰기를 공부할 때엔 문장별·문단별로 조각조각 분석하거나 작가의 의도를 분석하는 데 신경 쓰기보다는 글을 통으로 보고, 주장이나 논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스토리 전개방식, 그 글을 읽는 독자로서의 느낌 등을 종합적으로 보아야 한다.
3. 인프라는 토대일 뿐, 의식하는 게 아니다
이 책에서 제시된 내용 중 자신의 글쓰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익혀서 체질화해 놓는 게 좋다. 인프라는 글을 쓸 때 저절로 구현되는 것이지 쓸 때마다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끄집어내는 게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은 체화한 뒤 이 책을 버리는 거다.
4. 글쓰기의 금기를 잊어라
다른 문장이나 사례들을 고쳐주고, 잘못된 글쓰기에 대한 사례들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전개하는 책들이 많다. 가장 쉬운 교육방법이 ‘이러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 위주로 끌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학습자 입장에선 가장 배우는 게 없는 방식이다.
5. 글에는 각자의 지문이 있다.
글이란 사람의 얼굴 혹은 지문과 같은 것이다. 사람마다 누구는 날렵하고, 누구는 우락부락하고, 누구는 눈이 작고, 누구는 코가 크고…. 모두 다르게 생겼다. 사람마다 지문도 다르다. 글도 마찬가지다. 모두 다른 게 정상이다.
신문사에선 데스크 과정에서 선배와 후배, 데스크와 기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데스크를 거친 기사가 원고보다 더 나빠지는 ‘개악’(改惡)의 사례도 흔하다. 조사나 연결, 논리의 오류를 잡고, 크로스체크를 하고, 빠진 팩트를 체크하는 등의 데스크 기능을 넘어 남의 기사에 자기 지문을 입히는 일, 즉 문장이나 용어를 자기 방식으로 고치는 경우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기 얼굴은 자기한테나 익숙하고 좋아 보이는 것이지 남한테도 그런 건 아니다. 첨삭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쓴이의 얼굴이나 지문을 뭉개는 일은 해선 안 된다.
한 개 문장, 그 자체의 완결성은 중요하지 않다. 전체 글과의 조화를 생각해야 한다. 문장만 잘게 쪼개서 설명하는 문장의 범례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조화를 놓칠 수 있다. 촌스러운 한 문장도 전체 글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문장은 앞 문장, 뒷문장과의 조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강조 등 다양한 이유로 변형해야 한다. 문장 변형이 능란해지는 게 문장을 잘 다루는 것이다.
6. 글의 단점 찾기에 몰두하지 말라
남의 글을 보면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 따지는 버릇이 있다면, 자신의 글쓰기를 늘리기 어렵다. 타인의 글에서는 자신이 따라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취하고, 그렇지 않으면 버리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의 글이 잘못됐다면, 그건 그의 일이지 나의 일이 아니다. 그의 글이 왜 나쁜지 분석하려드는 순간, 자신의 글도 자신이 내세운 분석의 논리와 규제에 묶여 자유를 잃게 된다. 남을 욕하느라 자신을 망쳐선 안 된다.
7. 해답은 강호에 있다
책에는 단서만 있을 뿐, 정답은 없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다. 책에는 선진(先進)들의 경험과 통찰이 담겨 있으나 아무리 위대한 통찰도 그들의 것이다. 그것은 읽는 사람들에겐 금과옥조(金科玉條)도 아니고 바이블도 아니다. 다만 참고용 단서일 뿐이다. 타인의 생각에 자신을 맞추는, 지나친 동조를 경계해야 한다. ‘원리주의’적 맹종은 내 발목을 잡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내 생각’이 중요하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작가인 내가 생각하는 또는 활용하는 ‘글쓰기의 인프라’일 뿐이다. 이 내용들은 특정한 스승에게서 전수받은 것이 아니라 10살 무렵 문학에 뜻을 두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강호’에서 기자와 소설가로 무수한 합을 겨루며 체득한 ‘나의 경험’이다.
깨달음은 계시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독서를 하다 문득, 수업시간에 던져진 한 마디에 문득, 선배나 후배가 농담처럼 흘린 말에 문득, 글쓰기 문외한이 쏟아놓는 글에 대한 느낌에서 문득…. 그렇게 문득문득 기회가 오고, 그럴 때마다 의문을 제기하고 대답을 생각하면서 이룬 체계다. 누구에게나 ‘문득’의 기회가 올 것이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해답들을 만들게 될 것이다.
글에 관한 한 교만을 경계하고, 마음을 열고,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을 성찰하면서 세상을 가슴에 담는 훈련을 지속하다보면 어느덧 여러분에게도 ‘나의 글’이 생길 것이다.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았기에 큰 바다가 될 수 있었고, 산은 흙과 돌을 가리지 않았기에 높은 산이 될 수 있었다. 큰 학자는 학문을 가리지 않아서 성현이 될 수 있었다.” (관자)
■목 차
들어가며
-글쓰기의 지피지기-
Ⅰ. 글맛의 비밀
1. 한글의 리듬
2. 문장의 호흡
Ⅱ. 문장의 첫인상
1. 문법
2. 필자불기
-글쓰기의 지피지기-
Ⅲ. 문장력의 비밀
1. 독서의 전략
2. 지식의 이해
3. 소설의 힘
4. 철학개론
5. 고전의 즐거움
Ⅳ. 문장의 전략
1. 서사의 욕망
2. 글의 공간에 대한 이해
Ⅴ. 모방의 전략
1. 독서에서 글쓰기로
2. 표현력과 상상력
3. 실전을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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