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양 치릴로 신부의 유고집 '죽음을 넘어서는 희망'이 출간됐다.
양 신부님은 2000년 대희년의 사제로 서품을 받고 12년의 사제생활 동안 7년을 의정부 교구 상장례학교를 맡아 사람들의 죽음을 인도하는 성무에 봉사하다 2012년 10월 23일 선종했다. 만 40세 되던 해였다.
병약한 몸으로 각종 지병치레를 하면서도 글쓰고 강연하기를 좋아했던 그는 그 짧은 삶 동안 책 4권 분량의 원고를 남겼다. 이번에 출간된 책 '죽음을 넘어서는 희망'은 그 중 천주교에서 바라보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강의하기 위해 집필한 '천주교 생사학 강의록'이다.
2007,8년 경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책으로 책 안의 사례들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가 되었지만, 사람의 사연은 지금과 다르지 않은 현재성이 느껴진다. 그가 지향하는 건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 그러나 죽음을 미화하지 않는다. 예수님도 죽음에 임박해 심란해하며 죽음을 두려워했다는 예시를 들며 두려운 일이기에 그만큼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지런한 소설가 김훈 선생님이 가족들보다 이 책을 먼저 보시고, 이 책을 모티브로 하여 단편 소설 '저만치 혼자서' 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원고지 26매 분량으로 그 사연을 써서 이 책에 서문으로 기고해 주셨다.
“병고에 시달리던 이 젊은 신부가 죽음이 임박한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보살피는 성무(聖務)로 자기 자신의 죽음을 감당해나가던 마지막 날들을 보여주면서, 삶과 죽음을 장난처럼 가볍게 여겨서 재미없는 놀이를 집어치우듯이 자살하는 세태를 향해서 일상적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김훈 선생님이 이 책을 모티브로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한 대목이다.
양 신부가 선종한 지 10년째. 해를 넘겨 계속되는 코로나로 지친 이 시절에 삶과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는 누구라도 양 신부의 삶과 죽음에 관한 따뜻한 강의록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추모의 염을 담아 한정본을 낸다. 서점판매는 하지 않고, 독서일가 사이트(https://dsilga.com)에서만 판매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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